[해준백기] 쓰다만글 소복히 눈이 내린 아침이었다. 꽃을 보고 반가워 했던 때가 언제인가, 연일 비가 온다며 울상을 지었던 그가 언제였던가. 떨어지는 낙엽에 괜시리 우울해하던 그를 본 것이 언제였지. 해준은 차 위에 내려앉은 눈을 쓸어내리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의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해준은 그것이 제게 내려진 벌이라 생각했다. 변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그대로여서, 모든 것이 그를 떠올리게 했고, 모든 순간에 그가 머물렀기 때문에.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본 다면, 내가 붙잡을 수 있을까, 해준은 기약없는 재회를 상상하며 쌓인 눈길을 지나쳤다. * * * "좋아합니다." "네...?" "좋아한다구요, 장백기씨. 제 목소리가 작았습니까?" "아, 아뇨!... 잘 .. 더보기 이전 1 다음